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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창세 3,1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인내와 용기를 주시고 환자들이 하루빨리 치유되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 특별한 은총을 청합니다.


인류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고 부활 축제를 기쁨으로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순 시기입니다.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머리를 숙여 재를 받으며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묵상합니다. 이는 단순히 인생의 허망과 무상함만을 강조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현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지금의 삶은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임을 깊이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 하느님의 뜻을 깊이 묵상하고 회개하고 그분께 깊이 의탁할수록 예수님 부활의 영광에 더 가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회개는 그저 지난 잘못을 뉘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하느님을 향해 완전히 전환하는 것입니다. 후회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두지만, 회개는 자기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9)” 죄에 휩싸여 동생을 죽인 카인에게 하느님은 가만히 물으십니다. 카인의 모든 잘못을 다 알고 계신 주님께서는 그가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네 이웃은 어디에 있느냐? 너의 삶의 중심은 어디에 있느냐?” 피하고 싶은 이 질문에 우리는 솔직하게 끊임없이 대답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약하고 힘들고, 가난하고 박해받는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그들을 돌보고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무관심의 유혹을 넘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그들과 시선을 맞춰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넘치게 받았으니, 우리도 이웃에게 그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저는 2020년 사목교서를 통해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드렸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고 그 빛을 따르는 이들이라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울 것 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기 때문입니다(마태 13,44 참조).


세례 받은 우리는 복음 선포의 중대한 사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통해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특히 각자가 속한 본당 안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배우고 시작하며 성장시켜나갑시다. 신앙의 공동체가 하나되어 희생하고, 힘을 모아 노력할 때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주님 부활의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은혜로운 사순 시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신앙의 나침반으로 삼고,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분께로 한걸음 더 나아갑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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