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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진료 중 감기 다음으로 많다는 질환, 장염. 며칠 전 장염을 심하게 앓았다. 장염은 감기랑 비슷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걸린다. 보름전, 노로바이러스 전염으로 추정되는 장염 증상이 나타나고 완화되기까지 3일간 장염 후기와 여기저기 검색하면서 습득한 지식을 기록했다.

 

 

1. 장염 증상이 나타난 날

 

장염이 발현된 당일 오전, 평소에 아침밥을 잘 챙겨먹고 출근을 하는데 이 날은 식욕도 없고 밥이 도대체 넘어가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전날 밤에 다른 날보다 매우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아무튼 억지로 아침밥을 꾸역꾸역 70% 정도만 먹고 서둘러 출근길을 나섰다. 속이 안 좋다는 느낌만 받은 정도였다.


40분 정도 걸려 사무실에 도착할때 즈음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해서 사무실 도착하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 첫 번째 설사였다. 조금만 늦었다면...


"뭐지" 이러면서 평소 루틴대로 커피를 내려마시긴 했는데 계속 배가 꼬물꼬물 거리는게 영 좋지 않다. 두 번째 설사였다. 양이 많지는 않다. 대충 장염인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원인이 뭘까 하다가 그저께 저녁에 먹은 굴이 문제인 것 같았다. 굴을 구워 먹었었다. 덜 익은 것이 섞여있었나 보다. 같이 먹은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니 다들 괜찮다고 한다.

 

전날_불에_구워_먹은_굴
전날 먹은 굴, 불에 덜 익은게 섞여 있었나보다


점심 약속이 하필 순댓국밥집이어서 그나마 제일 부담이 없어 보이는 뼈다귀 해장국을 시켜놓고 살코기만 조금 발라먹고 90% 이상을 남기며 철수. 그리고 30분 정도 후에 세 번째 설사.


이때부터 점점 간헐적으로 배도 아파오고 온몸에 기력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에 조퇴를 하고 나와 내과를 방문했다.퇴근길에 동네 내과를 가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배가 사정없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은 축축 처진다.

 

 

문진을 시작했다. 증상을 말하고 먹었던 음식을 나열했다. 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의사는 노로바이러스 전염을 의심했다. 그게 맞다면 노로바이러스에 노출되고 36시간 만에 발병한 셈이다.

 

참고로 병원에서는 장염이나 급체 등을 의학적으로 '급성위장염'이라고 퉁쳐 부른다. 경계가 모호하고 어짜피 치료가 같기 때문에 구분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다만, '맹장염'은 다른 문제이므로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간다.

 

의사 선생님도 누워있는 내 배 양쪽을 꾹꾹 눌러 통증 정도를 확인하며 맹장 여부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리고 약 처방과 함께 엉덩이 주사를 권했는데 그냥 약 처방만 해달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닥칠 고통스러운 과정을 예상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후회한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권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꼭 맞아야 한다.

 

 

첫째 날 매우 힘듦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몸이 안 좋다. 복통 주기도 매우 짧아지고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마디마디 쑤시는 몸살 증상에 오한, 거기다가 약간의 울렁거림까지.. 집에 가자마자 쓰러져서 누웠다. 죽을 사 왔는데 먹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소변 색깔은 굉장히 진하다.


진통제와 장운동을 조절하는 조제약을 먹어 극한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굉장히 힘든 밤이 계속됐다. 억지로 죽을 조금 먹었다.

 

의사로부터_처방받은_장염_약
의사처방을 받은 장염 처방약


2. 장염 발병 이틀째

 

전날보다 조금 좋아졌다. 그렇지만 몸 컨디션은 엉망이 되어 회사도 급하게 휴가를 냈다. 잠을 엄청 잤지만 개운하지 않다. 그래도 졸리다. 어젯밤을 고비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먹은 것도 없고 지사제도 먹으니 더 이상 설사는 없다고 판단되어 설사약은 빼고 나머지 약을 복용했다.


여전히 식욕은 없다. 몸무게는 1킬로가 빠졌다. 종일 먹은 음식은 흰죽 두 번(햇반 기준 한 개). 그러다 보니 몸의 양양 상태가 걱정되어 삶은 계란을 한 개 먹었다. 그리고 꿀물이 좋을 것 같아 왕창 먹었다. 계란까지는 설사는 멎었다면 괜찮은데 꿀물 같은 단당류는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의사 선생님이 과일 먹지 말라고 일러두셨는데 내가 방심한 것이다. 장염에 단당류는 금지다.

 

 


3. 장염 발병 삼일째


몸이 한결 나아졌다. 몸살끼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오래 누워있어서 온몸이 굳었다. 스트레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식욕이 돌아오고 있다. 식욕이 돌아왔다기보다는 배가 고프다. 보통 3일 정도 앓고 치유된다는 장염은 환자들이 증상이 거의 끝날 무렵 그동안 못 먹었던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채우느라 다시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회복기의 음식 위주로 섭취했다.


이날 먹은 음식은 흰죽과 두부, 곤드레 비빔밥, 카페인 없는 차.

 

 

4. 장염 발병 나흘째


처방받은 약은 다 먹었다. 이제 식욕도 돌아왔으나 아직 예전의 식단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다. 장의 고장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이 날은 흰죽대신 쌀밥에 두부, 김치찌개 몇 개. 김. 닭가슴살 등 지방 빼고 최대한 영양성분을 맞춰 먹었다. 장이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로 건빵도 몇 개 집어 먹고 삼겹살도 한점 집어 먹었다. 밤에는 짜파게티오 한 젓가락 먹었다. 아무 이상없다. 다행이다. 그래도 앞으로 3일간은 최대한 조심할 생각이다.

 


5. 장염에 대해 수집한 정보

 

장염에 걸리고나서야 이 병에 대해, 특히 노로바이러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수집했다.

 

  • 장염의 원인은 너무 많다.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세균일 수도 있고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또는 식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그중 바이러스의 원인으로는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가 있는데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이 있지만 어패류 등에서 비롯되는 노로바이러스는 백신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 노로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4~48시간이며 증상이 나타난후 48~72시간(2~3일) 정도 지속되다가 빠르게 회복된다.
  • 주된 증상은 구토와 설사, 열, 식욕부진, 복통 등이다. 구토는 소아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나 성인도 심하게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특이하게도 노로바이러스는 O형이 가장 감염에 취약하며 B형이 가장 강하다고 한다.
  • 치료는 금식(24~48시간, 최소한 하루)과 수분보충(보리차)이다.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것은 진통제, 위장운동조절, 지사제 등이다.
  • 설사를 통해 바이러스나 세균이 장안에서 빠져나가야 하므로 사실 지사제는 안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처방약에도 현탁액으로 된 지사제는 첫날 하루만 복용하라고 한다. 처방전 안에 지사제 역할을 하는 다른 약도 설사가 멎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 맵고 기름진음식, 유류제품, 단 음식, 섬유질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과일은 아플 때 좋을 것 같지만 꼭 피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도 거듭 강조했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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